스프링클러 없는 승강장·정비업무 최저가 낙찰 등 위험투성이 여전

시민의 발, 아니 국민의 발이라고 할 만큼 이용도가 높은 지하철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대부분의 승객들은 지하철이 특별히 위험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별생각 없이 지하철을 타고 또한 ‘안전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은 매우 위험하다.

몰라서 그렇지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래서 국민안전처가 지난달 서울메트로 등 8개 지하철 운영기관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안전관리체계와 시설 분야에 대한 점검인데 서울 지하철 역사 7곳과 차량기지 2곳, 인천 지하철 역사 3곳, 부산 지하철 역사 3곳과 차량기지 1곳, 대구 지하철 역사 3곳과 차량기지 1곳, 대전 지하철과 광주 지하철 역사 각 2곳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결과는 예상대로 ‘위험투성이’였다.

2003년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오랜 시간이 지난도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아 있거니와 지난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도 기억에 생생한데 안전문제는 제자리걸음이라니 이래서 될 일인가.

국민안전처에 의하면 이번 점검에서 시설 분야 172건, 안전관리체계 분야 50건, 차량관리 분야 8건, 기타 8건 등 235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고 한다.

예컨대 서울메트로의 경우 객차 내부에 난연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재질의 광고물을 부착했으며 일부 지하철 승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더라도 물이 뿌려지는 반경 내에 물건을 가득 쌓아놓아 초기 진화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는 경우도 확인됐다.

지난해 7월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스크린도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인천교통공사, 대전도시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 등 일부에선 아직도 스크린도어 정비업무를 최저가 낙찰제로 외주화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어찌 승객들이 지하철을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전국의 지하철 전동차 5634량 중 20년 이상된 차량은 전체의 40%가 넘는 2318량이며 25년이 넘는 것도 484량이나 된다.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 이후 근 반세기에 이르고 있으니 노후차량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노후차량이 사고의 근원이 된다. 이 또한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시민들은 이런 저런 내용을 모르고 계속 지하철만 타고 있다. 그것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지하철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일 것인가.

시민들이 보다 안심할 수 있도록 하려면 드러난 문제점의 개선을 물론이고, 이와 더불어 담당자들이 청렴과 안전에 대한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시민안전을 위한 책임감과 필수적 안전의식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데 대한 신뢰가 결핍돼 있다. 그 복마전에서 또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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