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수에 이은 동탄 세번째 화재사고는 ‘큰 경고’이다

더 이상 안전불감증이란 말을 입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이에 제대로 반응하는 이가 없다. 이미 사문화된 말이던가.

크고 작은 재난 때마다 새삼스레 뭇매를 맞는 민·관의 안전불감증이 개선되기는 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경기 동탄신도시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인 메타폴리스 부속상가에서 사망 4명을 포함해 51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4일의 화재는 참으로 안타까운 안전불감증의 인재였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화재는 일단 4층짜리 상가 건물 3층에 있는 놀이시설 철거를 위한 용접 작업 중 불꽃이 가연성 자재로 튀어 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더욱 경악스런 것은 건물관리업체 직원이 화재경보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등 방재(防災)시설을 일부러 꺼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찰에 의하면 이같은 화재예방 및 사고 사후안전조치를 위한 시설을 꺼놓고 있다가 불이 난 후에야 작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후약방문이요, 책임회피를 위한 조작이 아니겠는가. 오작동 때문이라는 변명은 오히려 가증스럽다. 이것부터 수리를 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 아닌가.

이번 참사를 자초한 안전불감의 참담한 수준을 드러내 보인 것은 화재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용접작업 때는 화기감시자를 두고 소화기뿐 아니라 불티 방지막, 모래 양동이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이 매뉴얼을 만들어 전파하고 있으며 이의 준수는 의무화된 사항이기도 하다.

또 놀랄만한 것은 불이 난 상가가 지난 2일 화성소방서로부터 ‘화재 대비 안전환경조성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황당하다. 화재에 대한 대비가 ‘최우수’인데 이런 피해를 냈다면 다른 곳에서 나는 사고는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불행 중 다행으로 주거동으로는 화재가 확산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정말 엄청난 참사를 불러올 수도 있었던 극한 상황이었다.

올 연초부터 대형 화재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 여수 수산시장에 이어 이번 동탄의 대형 복합건물 화재가 발생했다.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사고 패턴이 이전의 대형사고와 거의 판박이처럼 닮았다.

지금은 정국이 혼돈에 빠져 있다. 더불어 안전의식조차 실종상태다. 극도의 안전불감증이 어떤 대형참사를 부를지 모른다. 국민안전처를 비롯한 각 부처, 안전보건공단을 비롯한 모든 안전기관들이 긴장할 시점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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