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생활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앗아간다. 그럼에도 화재의 원인은 단순하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화재 중 절반은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전국 화재발생현황’을 보면 전체 화재 4만3413건 중 절반이 넘는 2만2611건(52.1%)이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

사람들이 불은 무서워하면서 담뱃불은 불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 ‘담배꽁초 방치’가 전체 화재원인의 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정말 무서운 담배꽁초다.

달리던 화물차에서 운전자가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휙 던져버렸는데 이것이 바람을 타고 차 뒤 짐칸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차량이 전소하는 사고가 난 것도 며칠 되지 않는다. 이밖에 주목할 다발화재라면 ‘음식물 조리 중에 발생한 화재’,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화재 등이 있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듯싶지만 사소한 부주의로 큰불을 일으키는 것이 지금의 우리들이다.

비록 지난해 화재가 전년대비 2.3% 감소한 추세라고 하나 그래도 이 때문에 또 2024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재산피해는 전년대비 15%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을 집계에 포함시키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는 하루 평균 119건의 화재가 발생해 5.5명이 인명피해를 입었고 1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최근의 낙원동 숙박업소 건물 붕괴, 구의역 스크린 사망사고, 남양주 건설현장 폭발 사고 등 판박이 건설재해가 또한 우리를 불안케 하고 있다.

한국은 교통사고, 화재,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산업 사망재해 발생률은 미국의 3배, 일본의 4배, 영국의 20배에 이른다. 산업재해로 연간 18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산재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이 연간 약 19조원에 달한다.

이래서 되겠는가. 안전에 있어서는 왜 우리가 전형적인 후진국형 특성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우리가 늘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고 하는 것처럼 안전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위험발굴은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러니 위험을 찾아 그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위험제거이며 재해예방의 근본이란 말로 해석된다.

별것 아닌 자질구레한 주의 같지만 주위의 위험요인을 찾아보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중요한 조치다. 이것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다.

안전수칙은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안전수칙이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사고가 찾아온다.

화재를 포함해 안전사고란 안전수칙을 지키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사고다. 그럼에도 안전사고로 대형사고를 유발하고 귀중한 인명을 빼앗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습관화돼야 한다. 그래야 안전문화가 정착되고 안전한 나라가 된다.

선진국이 왜 선진국인가. 안전을 깨달아 알고 안전수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생활이건 작업현장이건 안전을 위해서는 바로 이 안전수칙 준수가 기본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서로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안전은 지키지 않으면 재해를 가져온다는 것, 이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일깨워줘야 한다.

일상에서는 불조심을 해야 하고 작업현장에서는 사망사고를 막으려는 상호간의 협력과 안전수칙 준수가 생활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 만년 안전후진국에서 허덕일 것이다.

지금의 혼돈정국은 세월호 참사로부터 시발했다고 봐도 된다. 국민들은 개인의 안전과 더불어 나라의 안전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는다. 정치 때문에 국민안전은 뒤로 밀려나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지금 안전을 단단히 챙길 때다. 이러다 큰 일 날 수도 있으려니와 만약에라도 불의의 큰사고가 터진다면 그 책임을 누가질 것인가.

위험한 계절. 겨울은 우리에게 위험을 경고한다. 모르는 위험이 우리 곁에 상존한다. 요즘 안전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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