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종로매몰사고 등 산재 발생... 원청 도급인 책임 강화 마땅하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 종로3가역 4번 출구 인근 지상 11층 지하 3층짜리 톰지호텔 철거공사중 현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들이 매몰돼 2명이 목숨을 빼앗기고, 다른 2명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지난해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남양주 공사현장 가스폭발사고 등 최근에 발생한 연이은 사고들을 주시해보면 다치거나 사망한 이들이 모두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하청업체의 안전관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건설업에서의 도급은 당연한 관행으로 통한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도급을 주면서 안전관리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이다. 도급을 주는 쪽은 갑이고 받는 쪽은 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되겠는가. 안전 책임을 을에게 떠넘기는 상황에서 동종의 잦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지난해 5월 발생한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산재예방 책임 장소를 모든 작업장소로 확대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긴 했지만 혼돈정국에 휩쓸리는 탓인지 개정작업이 길어져 시행규칙이 우선 개정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크레인 등 양중기와 기차·지하철에 의한 충돌 또는 협착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시 도급인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공포·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법에 근거한 산업재해 발생 위험지역은 토사·구축물·인공구조물 등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장소, 기계·기구 등이 넘어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장소 등 20개였다. 이번 개정을 통해 크레인 등 양중기와 기차·지하철에 의한 충돌 또는 협착의 위험이 있는 장소가 추가됐다. 이로써 위험장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경우 원청인 지하철공사, 철도시설관리공단 등이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 책임지는 곳이 확대된 것이다.

국회에서 원청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돼야 할 텐데 절차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법 개정 전이라도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먼저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하게 된 것은 잘된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는 수급인의 근로자들이 충돌이나 협착의 위험이 우려되는 장소에서 일할 때 도급인이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충돌과 협착의 위험이 상존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경우 원청인 지하철공사 또는 철도시설관리공단 등이 산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사후 보상이나 수습을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재해에 대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그 책임을 확실히 지라는 것이다. 하도급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산재감소를 얘기한다면 누군들 이를 두고 ‘갑’이라 이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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