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바다에서 우리는 세월호의 아픔을 읽는다. 어찌 우리가 이날을 잊을 수 있을까. 되돌아만 봐도 그때 그순간의 아픔이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을 찌른다. 어찌하여 세월호가 침몰했으며 그로부터 수년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는가.

당초 ‘국민행복’, ‘국민안전’을 선언하고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부처 명칭까지 바꾸면서 명실상부한 국민안전 컨트롤타워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안전정책의 총괄·조정기능을 맡은 이 컨트롤타워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로부터 온 나라가 이 사건 때문에 애통과 분노, 아픔과 슬픔 속에서 지냈다. 경제활동까지도 침체될 만큼 사회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 사건은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선박사고의 하나였지만 숱한 교훈을 전해 주고 있다.

세월호는 그 무엇보다 안전불감증에 대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움츠러든 소비심리로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경영의 위축은 기업들로 하여금 ‘안전경영’의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 분명하다. 안그래도 세월호 사고 이전, 특히 최근 1~2년 사이 산업현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던 기업들도 있던 차에 세월호 참사가 덮치면서 기업들은 안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다. 경영주가 직원들을 채근하는 기업들이 안전에 있어서는 더 높은 안전성과를 낳고 있음이 현실이 됐다. 세월호 교훈으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소방방재청도 구조를 조정하면서 국민안전처가 태어났다. 총 공무원수 5만명을 헤아리는 국민안전처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이끌고 갈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는데도 앞장을 서서 할 일이 많다. 세월호 인양이란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국민안전처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안고 있는 국민안전처가 아닌가. 재난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들은 지금 국민들에게 숙지시키고 있는가.

생활 속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계속해서 추진해야 한다. 국민안전처는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시스템’과 관련법령을 마련해 어린 시절부터 안전을 체화시킬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가안전대진단과 안전신문고 등을 통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발견, 예방조치를 이어나가기로 한 계획도 차질없이, 뒤집음 없이 실천해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면서 예방부터 복구에 이르는 재난의 전 과정을 통합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중앙안전관리·안전정책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혁신을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한 박인용 장관의 말도 기억에 담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이른바 ‘굿판’에 참석한 것과 전생 체험 내용을 담은 저자 저서 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과연 새 사령탑이 국민안전의 막중한 임무를 원만히 수행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추천 총리 수용을 공식화하며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한 만큼 김 내정자와 협의를 통해 발표한 박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인사청문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박 장관 내정자의 경우 장관이 되든 안되든간에 자격논란을 부른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적합지 않은 인물이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국민안전처의 위상에 금이 간 것은 어찌 회복할 것인가 걱정스럽다.

알다시피 국민안전처가 어떤 부서인가. 세월호의 진통으로 거듭난 안전부서이며 모든 재난 발생시의 컨트롤타워로서 전문적이며 체계·과학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밖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박 내정자는 지난 5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구국 천제’란 기도회에 행사 주최단체의 부총재 겸 진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행사에는 흰옷을 입은 여성이 여러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의식을 치렀으며 행사 중간에 남성들이 빨간옷을 입고 굿을 했는데 박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하늘에 올리는 편지인 이른바 ‘고유문’을 직접 낭독했다는 것이다. 이때는 물론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내정받기 이전이다.

해명서에서 박 내정자는 “북한에서 계속 전쟁위협을 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환태평양 지진대가 활동하는 등 불안해하고 있어 아는 분들이 문화행사라도 하자는 의견이 있어 도와준 것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박 내정자의 이같은 소명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할 수도 있겠으나 과연 이같은 마인드로 장관직의 중책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안전계의 시각이다.

안전문화란 차원에서도 의견차가 생길 수 있다. 안전은 과학이지, 기도로 이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안전의 컨트롤타워가 권위를 세우지 못하면 컨트롤은 물건너 가고 만다.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에 참으로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안그래도 요즘 말이 많은 ‘사이비종교 정국’에 기름을 부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국민안전처를 올바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구나 성급한 판단은 피해야 한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한 정통 내무부 관료 출신이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든, 누구든 안전 컨트롤타워의 적임자로 국민들의 신임을 받으려면 보다 과학적인 안전의지와 합리적인 안전의식을 보여 줘야 한다.

아무리 비상시국이고 혼란한 정국이라지만 국민안전처 장관 자격 논란을 일으킨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국민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섣불리 다뤘다간 정말 큰일난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