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준 안전보건공단 부천지사장

지금 안전하십니까?

인간의 삶은 경쟁의 연속이고 그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 그 기쁨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인간세계다.

그러다 보니 건설현장에서는 신공법, 제조현장에서는 신기술이 경쟁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게 산업사회는 신공법·신기술을 개발하고 그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생산성을 증대해 발전하고 확장돼 간다.

그러나 신기술과 신공법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독성과 위험성이 숨어 있으며 불행하게도 우리는 평소에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독성과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다.

올 1월 부천지역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사고는 신기술을 사용하며 물질의 독성을 미리 인지하지 못해 재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공정에서 메탄올을 사용한 생산기술은 휴대폰 부품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신기술이었으나 메탄올의 숨어 있는 시신경마비 등의 독성을 발견하지 못해 20대의 젊은 근로자 다수가 실명하는 등의 재해를 당했다.

또 지난 9월 김포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신공법을 사용했으나 사용물질의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참담한 재해다.

스프링클러 배관 등의 나사 이음부를 기존에 테프론이나 실을 사용하던 방법을 배관이음재를 이용해 간편하고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신공법이었으나 공정 중에 세척제로 사용한 시너가 인화점이 낮아 유증기 등에 의한 화재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숙지하지 못하고 기존의 작업처럼 환기가 원활하지 못한 지하공간에서 실시함으로써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950년대 살충제(DDT)를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칭송하고 말라리아 퇴치에 공헌한 개발자에게 노벨화학상까지 안겼을 때 미국의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저서를 통해 ‘봄이 돼도 새가 더 이상 울지 않을 만큼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의 몫’이라는 경고를 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의 원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가 평소에 편리한 것, 경제적인 것, 생산성이 높은 것 등의 이득만을 생각하다 보니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독성, 위험성, 유해성 등은 사소하게 치부해 버리고 그로 말미암아 비슷한 동종의 사고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숨은 것은 드러난 것의 본질을 정의하고 완성하지만 주로 드러난 것에 가려 은폐되고 무시되고 때로는 구박당한다. 숨은 것은 심층이고 드러난 것은 표층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밖으로 보이는 표층의 유해ㆍ위험 뿐만 아니라 심층에 숨어 있는 유해ㆍ위험까지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를 예방하고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작업 전 안전점검’과 ‘위험성평가’이다.  

건설물, 기계ㆍ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표층과 심층에 숨어 있는 유해ㆍ위험요인을 찾아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고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곧 위험성평가다.

산업현장에서는 유해ㆍ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ㆍ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ㆍ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산업현장의 일상에서 발생되는 가능한 모든 업무, 공정, 작업, 특히 신기술, 신공법에 대하여는 반드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습관화해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겠다.

날씨가 차가워지는 계절이 다가오면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을 닫고 작업을 하게 되며 이때 환기가 불량해 작업공간은 한층 더 유해하고 위험한 환경이 만들어 지게 된다.

주변에 유해하고 위험한 것은 없는지 작업 전에 반드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유해하고 위험한 요소를 차단 또는 예방해 산업현장에서 단 한건의 재해도 발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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