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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6.10.12 14:00 | 수정 2016.10.14 13:36
안전과 큰일날 거짓말

거짓말은 말하는 이가 이미 거짓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를 사실로 믿게 하기 위해 하는 실제와 다른 발언 또는 일부만 사실인 발언 혹은 사실 전부를 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거짓말은 보통 비밀을 지키거나, 평판을 유지하거나, 감정을 감추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행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의, 수치, 공포, 다른 사람에 대한 보호 등의 이유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사전에 나와 있는 해설이다.

거짓말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었다.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은 리키 저베이스와 매슈 로빈슨이 연출한 2009년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남자가 점차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는 줄거리다.

인류가 거짓말을 하는 법을 미처 터득하지 못한 사회가 있었다. 물론 영화 속의 설정이다.

여기서 주인공 마크 벨리슨은 거짓말을 하는 능력을 얻게 되자 카지노에 가서 거짓말로 돈을 벌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시나리오로 써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성공한 삶을 살기도 한다.

거짓말은 사람 사는 수단의 하나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가 좋을리 없다.

특히 안전에 대해서는 거짓말이 통하지도, 용납되지도 않는다. 그래야만 안전은 안전으로 온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도시철도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열차탈선사고가 있었다.

관리 운영회사인 인천교통공사는 ‘탈선사고’를 ‘훈련’이라고 했다.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난 8월 7일 오후 9시 30분께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 선로에서 수동운행 중이었던 전동차가 선로전환기 조작구간을 통과하던 중 갑자기 뒤쪽 차량 바퀴쪽에서 강한 불꽃을 튕기며 선로를 이탈했다.

공사측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가 주변에서 탈선 의혹이 제기되자 “탈선 대응 모의훈련이었지 탈선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부자의 고발로 탈선 당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국감에서 공개돼 거짓말인 게 들통났다.

공사는 뒤늦게 거짓말을 둘러댄 경영본부장과 기술본부장을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사고를 알면서도 묵인한 종합관제소 소장과 팀장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하지만 겨우 이렇게 해서 될 일인가.

그 무렵 국토교통부도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차 탈선이건 훈련이건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한심한 정황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혹여 이것이 정말 ‘실제를 가상한 훈련’이라 한다 해도 이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가상훈련’인 셈이다.

탈선한 열차 옆에 작업자가 서 있거나 열차가 전복되는 경우 차량 내 작업자에게 중대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차량 내에 있던 작업자들도 모르는 실제상황의 훈련을 실시한다면 그것은 죽음의 훈련이 아니겠는가.

최고급 간부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근로자의 작업안전과 시민안전을 포기한 것이다. 그 어떤 최악의 안전불감증보다 질이 나쁘다.

대형사고의 이면엔 안전불감증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겐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모두들 안전을 외치며 안전불감증을 퇴치하자고 하지만 별 성과가 없다.

뒤늦게 밝혀진 인천교통공사의 거짓말은 승객들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들이 승객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안전을 놓고 엄청난 거짓말을 해대다니 아연할 수밖에 없다.

어찌 이들을 믿고 안전을 기대하겠는가. 작은 것이라도 위험의 징조가 드러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에 합당한 대처를 해야 하는데 이를 감추려 쉬쉬하다 정말 엄청난 사고를 부르지나 않을까. 이러다 큰일 난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이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 왔다면 죄가 될까, 벌을 받을까.

‘죄와 벌’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쓴 소설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죄를 지은 한 인간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죄와 벌의 연속성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사람이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만 그것이 모두 죄는 아니다.

사전은 죄를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인해 벌을 받을만한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벌을 받을 정도가 아니면 잘못은 잘못이지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이 죽을죄가 돼 큰벌을 받게 되면서도 그 과정을 단순한 잘못이나 과실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럴 때 빠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큰탈 나기 전에.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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