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관리소장 등 3명은 실형…"개별 과실이 사고 야기해"

2014년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과 관제사 등에게 전원 유죄가 인정됐다. 이 중 3명에게는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김정곤 판사는 사고 책임을 지고 업무상과실치상·업무상과실전차파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직원과 신호설비 납품업체 관계자 8명에게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고 31일 밝혔다.

김 판사는 "지하철 운행 및 감시 시스템 상 단계별 과실이 합쳐져 발생한 사고였다"면서 "단계별 업무를 맡아 처리한 피고인들의 개별 과실이 사고 원인이 됐음이 명확해 사고와 승객 사상에 대한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서울메트로 제2신호관리소 소장 공모(60)씨와 제2신호관리소 갑반 부관리소장 최모(57)씨에게 금고 1년, 신호1팀 김모(46)씨에게 금고 10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오전 을지로입구역 연동제어장치 데이터 수정 작업 후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당일 오전 1시 30분께 열차자동정지장치(ATS)상 신호 오류를 발견하고도 수리를 하지 않고 무단 조기퇴근 한 혐의를 받았다.

공씨와 최씨 등은 사고 당일 김씨를 통해 신호기 오류 사실을 보고 받았지만, 이를 단순 표시 오류로 판단해 오류 원인을 밝히거나 상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제2신호관리소 을반 부관리소장 오모(55)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을지로입구역 신호관리소 사원 정모(40)씨에게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모씨의 경우 사고 발생 나흘 전 을지로입구역 연동제어장치의 데이터 수정 작업 중 CPU를 빼낼 때 전원을 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신호기 시스템 통신장애와 신호 오류를 야기한 혐의를 받았다.

아울러 서울메트로에 신호설비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납품한 유경제어 개발팀장인 박모(49)씨도 과실을 인정받아 금고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박씨는 통신장애 등 시스템에 고장이 났을 경우 신호기에 정지 신호가 표시되도록 하거나 운영자에게 고장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종합관제소 수석관제사 김모(48)씨와 관제사 박모(46)씨에게는 각각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두 사람은 사고 선행 열차와 후행 열차가 근접해 운행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열차 간격을 조정하는 등 적절한 관제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앞서 2014년 5월 2일 신호기 고장으로 상왕십리역에서 승강장에 정차한 전동차를 뒤따라오던 전동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나 승객 388명이 다치고, 약 28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사고 당일 두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들의 경우 수사결과 사고 원인이 신호기 이상으로 판명이 나면서 운전에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돼 기소되지 않았다.

김 판사는 "시민 388명이 부상을 입고 하루 200만명이 이용하는 2호선 안전에 대한 시민 불신을 야기해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들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들의 치료와 보상이 이뤄진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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