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형 복합 안전불감증이 우리 생명 앗아간다

‘총체적 안전부실’이라는 말은 하도 자주 들어서 별로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 실은 총체적 안전부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고 나면 소름이 끼칠 일이다. 이것은 사람을 잡는 큰 병인 것이다.

지난 6월 1일 오전 7시 2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전읍 진접역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로 일하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그런데 경찰이 14명의 사상자를 낸 이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를 면밀히 수사한 끝에 그 원인을 ‘총체적 현장 안전관리 부실’로 결론지었다.

경기북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 사고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현장 용단 작업자와 원청업체 현장소장, 하청업체 대표이사, 현장소장, 감리단장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원청·하청·감리업체 등 관계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문제의 현장 용단 작업자는 사고 전날인 오후 5시쯤 공사현장 지상에 있는 LP가스통과 산소통에 연결된 가스호스를 이용해 지하 약 12m 위치의 작업장에서 용단작업을 했는데 사고발생 후 현장에서 수거된 가스절단기 감식 결과 LP가스밸브 및 혼합가스밸브 외에 산소밸브도 약 33° 개방돼 있는 등 용단작업 중의 밸브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작업장에 가스호스와 가스절단기, 지상에 LP가스통을 방치하고 각 절단기와 LP가스통 밸브의 잠금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퇴근한 것이다.

사고 전날 용단작업 후 사용한 가스용기의 밸브 잠김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한 위험물 저장소 관리 정책임자이며 현장인부를 감독하는 하청공사 차장도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 '거짓반응'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말 이래서 되겠는가. 안전불감증도 도를 넘는 안전불감증이다. 그래서 1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중대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럴 때 안전보건공단에서는 폭발 시뮬레이션을 구현해 사망원인을 규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조사하면 다 알게 된다고 하듯이 여기서도 또 원청과 감리 관계자 일부가 '작업안전 적합성검사 체크리스트' 및 '안전보건 협의체 회의 참석 명부'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은폐야 말로 안전불감의 극치랄 수 있다. 게다가 원청 현장소장은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업무수행을 하지 않았으며 등록이 정지 또는 말소돼 본 공사를 수급할 자격이 없는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주기도 했다. 하청 또한 자격이 없는 무등록 건설업체에 재하도급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가관이다.

감리단의 감리소홀과 작업내용을 고려치 않은 원청의 문서위주 형식적 안전관리, 하청의 미흡한 현장안전관리 및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 등이 결합해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을 초래했으니 사고가 안나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우리가 늘 외치는 것이 안전불감증을 퇴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말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안전불감증을 아주 대수롭게 치부한다. 이래서는 안된다. 안전에 대해서는 위험을 경험해본 자만이 그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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