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유독가스 발생...무방비 근로자들 저격

늦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름의 끝자락에 무서운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여름의 저격수라 불리는 밀폐공간이다. 물놀이에도 죽음의 물귀신이 있고 벼락이라 불리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여름철 일선 사업장에서 땀 흘리는 근로자들에게 무서운 것이 밀폐공간 질식이다.

지난 20일 오후 3시경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유제품 생산업체에서 이 공장 직원 한 사람이 폐수시설 고장 여부 확인을 위해 지하에 매설된 깊이 2m의 정화조에 들어간 직후 “사람 살려”라고 외친 뒤 쓰러졌다. 근처에 있던 직장 동료 2명이 비명 소리를 듣고 그를 구조하기 위해 정화조로 들어갔다가 이들 역시 “가스, 가스”를 외친 후 정신을 잃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명은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참으로 어이없이 당한 참극이다.

폭염으로 인해 정화조 안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 산소호흡기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무심코 들어갔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평소엔 별 탈 없다가도 여름철의 정화조는 내부의 기온 상승으로 폐수가 기화되면서 암모니아가스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가 난 이날 청주 낮 최고기온은 36.3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죽음을 부르는 이 밀폐공간을 사람들이 왜 두려워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현장 내 밀폐공간에서 질식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이 부지기수다. 이 질식재해는 사망률이 높아 절반이 넘는 숫자가 목숨을 잃었다. 연평균 20명에 가까운 질식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럼에도 해마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니 사람들이 정신을 어디다 뽑아두고 있는 것일까.

원인을 살펴보자. 저장용기, 건설현장, 오폐수처리장, 맨홀, 선박, 반응기에서 발생하는 질식재해는 장소의 내부 확인, 점검, 청소, 내부 설비 교체 및 재해자 구조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그러니 이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고이기도 하다.

안전보건공단은 지자체와 관련 협회 등을 통해 맨홀이나 정화조 청소작업 현장에 작업 현장별 매뉴얼을 보급하는 한편 관련 사업장에서 산소농도측정기와 공기호흡기 등이 필요할 경우 안전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업근로자들이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모든 작업장은 밀폐공간에 대한 안전조치를 실시한 후 작업을 허가해야 한다. 위험요소 제거가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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