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 보고 및 개선책 제시… “사회 구성원 모두 반성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의역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시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8일에 일어난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작업자 사망사고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불완전한 안전시스템 때문에 일어났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에서 구의역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발족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두달 동안 조사를 마치고 28일 시민보고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 저변에 만연한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불완전한 안전시스템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밝히며 ▲스크린도어 시공 부실 ▲관제 및 유지관리 부적정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요구에 따른 안전업무의 외주화 ▲외주업체의 부적절한 인력운영과 안전수칙 미준수 ▲사회에 팽배한 편의·효율 우선시 문화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규명위는 스크린도어 시공과정에서 일부 부품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돼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주요 부품의 교체주기가 지나도 이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울메트로의 정기점검 활동 미비 등 사고예방 노력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관제 부분에 대해 규명위는 열차의 전반적인 운전상황을 감시·통제하고 있는 중앙관제시스템에 스크린도어 고장 및 작업 상황 등의 운영정보를 수집해 기관사에게 사전에 알려 열차를 제어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스크린도어에서 응급상황이 일어나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스크린도어사업 등 안전관련 사업의 외주화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규명위는 서울메트로가 2011년 8월에 ‘PSD 유지보수 분사 시행계획(안)’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외주화를 추진했으며 박원순 시장 취임 2개월 뒤인 12월부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메트로가 전적 직원의 자리보전을 목적으로 외주화에 필요한 인건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협약을 체결하고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전적자 우대조건 등을 부당하게 요구해 지방계약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비 원가를 산출하면서 유지보수 부분을 누락하는 방법으로 2011년보다 용역비를 14억4000만원 적게 지급함으로써 유지보수 용역업체가 임금이 낮은 초급기술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사고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규명위는 유지보수를 담당했던 용역업체인 은성PSD의 그릇된 인력운영도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지난해 은성PSD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점검실적을 기준으로 기성금을 지급하자 은성PSD는 장애조치보다 야간점검 위주로 인력을 편성해 그 결과 주간반 인력 부족을 야기했다. 결국 6명의 인원이 48개역의 스크린도어 장애를 담당하게 돼 ‘2인 1조’ 작업은 이뤄질 수 없었다.

그밖에도 은성PSD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인력 4∼5명을 신호설비 전원장치 유지보수용역에 투입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직원의 3분의 1은 입사 기초 교육부터 안전관리 교육 등 제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업무에 투입됐는데도 은성PSD가 이를 방치했던 것도 밝혀졌다.

정시운행을 위해 서울메트로가 관리감독에 소흘했던 점이나 편의를 우선시함으로써 안전수칙이 생략되는 등의 안전불감증도 사건의 원인이었다고 규명위는 지적했다.

규명위는 사고를 부른 여러 원인들에 대해 ▲선로작업의 최소화 원칙에 입각한 시스템 설계 ▲지하철 안전관리위원회 설치 ▲안전생명 업무 직영화로 외주화 중단 ▲안전·재난 대응 총괄기구 설치와 실효적 집행 시스템 구축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부문 역할 재정립 ▲안전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유 및 지속적 확산 방안 마련 등의 개선책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보고서는 서울시장에게 전달돼 대책 수립에 반영될 예정이다.

규명위는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대시민 메시지도 전달할 계획이다. 또 안전거버넌스를 구축해 이번에 채택한 조사보고서의 권고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김지형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구의역 사고 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원인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짐하고 실천하며 지속 점검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위원회에서 제안한 사항을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고 구체화해 실행하고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위원회의 활동이 작은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명위의 조사보고서 전문은 서울시 홈페이지(분야별정보 → 행정 → 감사 → 감사계획 및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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