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의 안전으로 시작해 안전으로 끝나

근로자들이 선정하는 소통의 안전철칙 실천

국내를 대표하는 화학단지인 울산에는 특별한 공장이 있다.

높이 선 굴뚝, 뿜어져 나오는 연기, 커다란 구조물 등등 겉보기에는 여타 다른 공장과 다른 점이 없지만 직원들의 행동은 특별함을 넘어 특이하다.

이 공장에서는 두명 이상이 모여서 하는 회의는 반드시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시작한다.

번거롭고 귀찮을 법도 하지만 꼭 지켜지는 원칙, 아니 철칙이다.

‘safety talk’라고 명명된 이 활동을 통해 안전과 관련된 정보가 공유되고 취약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뤄짐과 동시에 모든 일이 안전으로부터 시작되고 안전으로 마무리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러한 활동을 펼쳐나가는 주인공이 바로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은 울산석유화학단지내 3만740㎡ 부지에 자리 잡고 있는 공장으로 접착제 원료인 석유수지를 생산하고 있다.

매년 7만톤 이상 생산되는 이 석유수지는 페인트, 차선 도색재, 접착테이프 등의 원료로 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생산제품도 세계적인 규모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무재해 기록이다. 2002년부터 15년째 이어오고 있는 무재해 기록은 울산공장의 100여명 근로자들의 땀의 결실이다.

전 직원이 하나로 뭉쳐 묵묵히 각자의 역할을 해냈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결과라고 정대식 공장장은 말한다.

안전철칙도 소통 통해 제정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에서는 ‘safety talk’와 함께 다양한 안전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대표 활동을 꼽자면 ‘safety golden rules’이 있다.

‘safety golden rules’은 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안전철칙 8가지를 담고 있다.

공장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이 원칙은 고정돼 있지 않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은 무재해 배수가 1배씩 올라갈 때 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해 직원들이 선정한 상위 8개 항목으로 안전철칙을 변경한다.

과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첫번째 철칙도 근로자들의 의식 변화와 안전장치의 발전으로 보완된다면 철칙에서 빠지고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수렴되고 안전환경변화가 반영된다.

한마디로 안전철칙에도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울산공장 근로자들은 이 철칙을 스스로 만든 만큼 더욱 애정을 갖고 지켜 나간다.

안전철칙 준수를 다짐하는 서약서를 사원증과 함께 지니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란병아리 신입사원을 돌보자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을 돌아보면 노란 안전모를 쓴 직원들이 눈에 보인다. 이제 막 현장에 발을 내민 1년 미만 신입사원들이다.

강렬한 경고의 표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막 부화한 노란병아리들로 생각해 더욱 관심을 갖자는 의미의 ‘yellow cap’ 제도다.

매월 4일 안전점검의 날(safety day)에는 아침 7시부터 퇴근 시간까지 모든 임직원들이 안전행사에 집중한다. 매달 다른 주제를 선정해 캠페인을 펼치는 등 형식적인 날이 아니라 안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날로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안전활동을 진행 중이다.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위험예지훈련 경진대회, 화재 발생시 대응을 위한 소방기술 경진대회,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안전보건 퀴즈대회와 무재해 결의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

 

인터뷰

정대식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울산공장 상무/공장장

“안전은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15년째 무재해 유지하는 비법”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안전원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직원들에게 안전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라고 강조합니다. 공장장으로서 여러 직원과 함께 업무를 해 나가면서 서로간의 화합과 융화를 중요시하지만 안전에 한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건의 아차사고들과 작은 사고들은 중대사고의 전조 현상입니다.

아차사고와 작은 사고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눈을 감는다면 결국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여러 관리감독자들이 현장순찰 등 업무 수행시 작은 것 하나도 비판적으로 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작업을 중지해서라도 시정하라고 말합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울산공장이 무재해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제조업 사업장은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저를 비롯해 현장의 모든 직원들은 안전수칙이 의도대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곳에서 잘못된 것을 발견했다면 공정내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직접 살피고 개선을 지시하며 완료여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장기간 동안 울산공장이 무재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노력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라는 뜻이죠. 더 풀이해 보면 바로 자신 맡은 바 임무, 즉 role & responsibility(역할과 책임)를 충실히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업무에 임할 때 정해진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안전과 무재해는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울산공장의 안전달인

최영중 환경안전팀 차장

“전직원의 무재해 요원화… 스스로 안전 만드는 분위기 조성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 만들어 줘야”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울산공장이 장기간 무재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전 직원을 무재해 요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무재해운동을 시작할 경우 관리감독자 정도만 무재해 교육에 참여한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은 100여명의 직원중 60명 이상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에서 시행중인 무재해 교육을 이수했다. 대다수 근로자가 무재해운동 강사이자 교관이며 활동요원인 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최영중 차장은 교육의 효과를 이같이 설명한다.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결정되면 모든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이미 무재해 교육을 통해 그 프로그램의 목적은 무엇이고 방법은 무엇이며 주안점은 어디에 둬야 하는지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알아서 스스로 하는 일인 만큼 그 효과도 탁월합니다.”

교육은 무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직원들은 무재해 교육을 포함해 총 230개 교육과정을 이수한 상태다.

직원당 평균 2개 이상의 교육과정에 참여한 안전전문가들을 양성한 것이다.

최영중 차장은 교육을 통한 안전의식 고취와 함께 안전한 현장 만들기에도 노력 중이다.

“안전한 현장 만들기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작업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지게차 운전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게 한다든지 위험한 곳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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